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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야드 파4 제2타 / 무라카미 류

지은이 : 무라카미 류
옮긴이 : 이유정
큰나무
2001년 7월 25일 / 316쪽 / 223*152mm (A5신)
ISBN 8978911196
'한 없이 투명한 블루'라는 책을 보고 난 뒤에 내 느낌은. 무슨 이런 변태가 다 있어? 였다. 처음부터 쭉 섹스, 마약 뭐 이런 이야기라 상큼한 제목이 맘에 들어 선뜻 손에 든 책은 쉬이 읽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마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한 것으로 기억한다. 류씨의 다른 작품 - 교코, 남자는 소모품이다. 에서 느껴지는 무라카미 류라는 사람도 능글맞은 변태라는 느낌이어서 그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 내가 어떻게 또 이 사람의 책을 읽에 되었는지도 모를일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뭔가 틀리다. 역시 그 답게 노골적인 성묘사와 변태 아저씨 같은 농담이 곳곳에 있지만, 그의 이름이 헛된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소설은 거품방울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으로 아빠가 가져온 구형 XT 컴퓨터에 콘센트를 꽂고 전원을 넣었을때의 느낌. 그저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하나만으로 학원을 등록해서 1프렛부터 12프렛까지 버벅거리는 손으로 크로메틱을 했을 때의 느낌. 좋아하는 여자아이의 손을 멋적게 잡았을때 온 몸을 휘젓고 다니던 그 것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좋았다.
소설 내내 여자를 악세서리 취급하는 지극히 마초적인 관점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끝까지 읽은 후 책을 덮고 나서 예전의 거품방울의 기억들이 어렴풋이 살아나 두근거리게 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매력적인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