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리스트
글
<88만원 세대> 우석훈 인터뷰 中 / 알라딘
위기가 오면 난파선에서 쥐가 먼저 뛰어내린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처세술 책이 그 쥐가 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어떻게 해야 내가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건데, 그건 대중적 인기는 높죠. 반면 사회과학이나 경제학에서는 배를 가라앉지 않게 할 방법을 논의 하고요.
중략.20대 문제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20대에게 난파선이 아닌 멀쩡한 배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죠. 이런 얘기들은 경제학이나 사회과학이 하는데 거기에는 별 관심이 없어요. 똑같은 얘기를 개인들한테 하면 거기엔 관심이 있고요. 기본 학문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흐름이죠.
중략.
대표를 만들고 스스로 조금씩 움직이기 위해서는 부딪히는 수밖에 없어요. 윗세대는 룰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요. 그들이 제시하는 룰을 하나씩 깨지 않으면 바꿀 방법이 없죠. 이를테면 고시를 보는데 거기에 부당한 문제가 나왔어요. 그럼 다같이 모여서 문제를 그렇게 내면 안 된다고 해야 그게 바뀌죠. 자기 혼자 방에 앉아서 ‘이번에는 떨어졌지만 내년에는 잘 풀어야지’ 해서는 답이 안 나와요.
싸워야죠. 안 되는 걸 안다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죠. 그런데 20대가 싸워본 경험이 한 번도 없거든요. 소리 지르면 심장이 멎을 것 같다고 하고, 정색해서 말하면 바로 입을 닫아요. 그래도 싸움을 좀 해봐야죠. 정의롭고 명분있는 싸움 있잖아요. 나와는 상관 없어도 ‘저 사람들 불쌍하다’하며 나서서 싸우는 경험이 필요해요.
386세대는 지금도 ‘우리가 이런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 하면 광화문으로 모이죠.(웃음) 근데 20대가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하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그래도 참고 공부 열심히 하세요’ 하죠. 그렇게 하면 실체가 못 되는 거에요. 프랑스의 68세대는 평생 한 번도 당한 적이 없어요. 10대때 한번 화끈하게 싸우고 ‘우리 건들면 알지?’하게 된거죠. 그 사람들은 은퇴해서도 풍요롭게 살게 되는 거에요. 혼자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안 그렇다는 거죠. 한 두 명은 살 수 있지만, 내가 그 한 두 명이 되긴 힘들어요.
우석훈이 말하는 88만원 세대는 지금 대한민국의 20대를 일컫는 말이다. '88만원 세대'는 20대의 95%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이라는 예측 아래 비정규직 평균임금 119만원에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한 수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