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의난장판 :: 처음으로 / 서정주

2007. 5. 29. 13:06

처음으로 / 서정주

처음으로
                                 - 서정주(1987. 1)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나라 역사의 흐름도 그렇게만 하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의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잘 사는 이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모든 물가부터 바로 잡으시어
1986년을 흑자원년으로 만드셨나니
안으로는 한결 더 국방을 튼튼히 하시고
밖으로는 외교와 교역의 순치를 온 세계에 넓히어
이 나라의 국위를 모든 나라에 드날리셨나니
이 나라 젊은이들의 체력을 길러서는
86아세안 게임을 열어 일본도 이기게 하고
또 88서울올림픽을 향해 늘 꾸준히 달리게 하시고
우리 좋은 문화능력은 옛것이건 새것이건
이 나라와 세계에 떨치게 하시어
이 겨레와 인류의 박수를 받고 있나니
이렇게 두루두루 나타나는 힘이여
이 힘으로 남북대결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가지고
자유 민주 통일의 앞날을 믿게 되었고
1986년 가을 남북을 두루 살리기 위한
평화의 댐 건설을 발의하시어서는
통일을 염원하는 남북 육천만 동포의 지지를 받고 있나니
이 나라가 통일하여 홍기할 발판을 이루시고
쥐임없이 진취하여 세계에 웅비하는
이 민족기상의 모범이 되신 분이여!
이 겨레의 모든 선현들의 찬양과
시간과 공간의 영원한 찬양과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처음으로
-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

일제가 패망하자 서정주는 "일본이 그렇게 쉽게 항복할 줄 꿈에도 몰랐다.
못 가도 몇 백년은 갈 줄 알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시인은 포기하지 않았다.
서정주는 식민지 조국이 해방되자 재빨리 친독재 시인으로 돌변해
권력자의 품에 안겼다.

이승만의 전기를 쓰며 안락을 즐기던 서정주는 이 정권이 몰락하자
다시 박정희 정권에 밀착했다.
그리고 한국일보 1966년 8월 14일자에 발표한 '다시 비정의 산하에'라는 시를 통해 "새로 나갈 길은/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베트남뿐이다/ 베트남뿐이다"라며 박 정권의 베트남 전쟁 개입을 부추겼다.

서정주는 박정희가 암살에 스러지자 독재의 바통을 이어받아 등장한 전두환에게 또 다시 충성심을 표시했다.

마쓰이 오장(伍長) 송가(頌歌)  / 서정주

아아 레이테만은 어데런가
언덕도
산도
뵈이지 않는
구름만이 둥둥둥 떠서 다니는
몇천 길의 바다런가

아아 레이테만은
여기서 몇만 리련가......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소리......
우리의 젊은 아우와 아들들이
그 속에서 잠자는 아득한 파도소리......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띠우고
'갔다가 오겠습니다' ..
웃으며 가드니
새와 같은 비행기가 날아서 가드니
아우야 너는 다시 돌아오진 않는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 사람
인씨(印氏)의 둘째 아들 스물한 살 먹은 사내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별공격대원
귀국대원

귀국대원의 푸른 영혼은
살아서 벌써 우리게로 왔느니
우리 숨쉬는 이 나라의 하늘 위에
조용히 조용히 돌아왔느니

우리의 동포들이 밤과 낮으로
정성껏 만들어보낸 비행기 한 채에
그대, 몸을 실어 날았다간 내리는 곳
소리 있이 벌이는 고흔 꽃처럼

오히려 기쁜 몸짓 하며 내리는 곳
쪼각쪼각 부서지는 산더미 같은 미국 군함!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져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항공 오장(伍長}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한결 더 짙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

아아 레이테만은 어데런가
몇천 길의 바다런가

귀 기울이면
여기서도, 역력히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소리......
레이테만의 파도소리......

1944년 12월 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발표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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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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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시비>

■ 친일문학인 42명 명단

시 :
김동환 김상용 김안서 김종한 김해강 노천명 모윤숙 서정주 이찬 임학수 주요한 최남선
소설·수필·희곡 :
김동인 김소운 박영호 박태원 송영 유진오 유치진 이광수 이무영 이서구 이석훈 장혁주 정비석 정인택 조용만 채만식 최정희 함대훈 함세덕
평론 : 곽종원 김기진 김문집 김용제 박영희 백철 이헌구 정인섭 조연현 최재서 홍효민

언젠가 한 선배와 서정주에 대해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선배는 서정주는 친일시인이기 때문에 나쁘다는 입장이었고, 나는 그의 친일과는 별개로 그의 시의 예술성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 때 나는 친일에 대한 피상적이고 관념적인 이해와 서정주 시의 대한 호감들이 한데 섞여 그런 말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서정주는 그의 시와는 별개로 아주 비열한 삶을 살아왔다. 일제때는 친일. 해방이후는 독재찬양을 하며 다른 동료시인들이 감옥을 드나들며 모진 고문에 고통받을 동안 그는 감옥대신 세계일주를 다녀왔다.
아무도 자기의 아이들에게 니가 어떻게 살아도 상관없으니 좋은 시만 써내라고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정주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광주 5.18 기념관의 글처럼 '진실을 말하지 않고 기억하지 못한 역사는 되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