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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욱씨 그리고 버지니아 참사

모노레일 2007. 4. 19. 21:37
허세욱 씨 추모제, 그리고 버지니아 참사 <프레시안>
[기자의눈]'미안함' 잃은 사회가 버지니아 참사 애도하는 역설

 "저렇게 데모나 하는 새끼들, 모조리 총으로 쏴 죽여야 하는데…."
 
  고(故) 허세욱 씨의 추모제가 열린 18일, 서울 시청 앞 광장을 지나는 택시 안에서 기사가 계속 구시렁댔다. "허세욱 씨도 당신처럼 택시 기사였어요"라는 말이 목으로 넘어오려 했지만, 그냥 꾹 눌러 삼켰다.

버지니아공대 희생자는 애도하면서, 허세욱에 대해서는 무관심


버지니아 참사의 범인이 한국계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온갖 언론에서 난리가 났다. 심지어 한 보수단체에서는 서울시청 앞에서 촛불시위까지 벌였다고 한다. 물론 버지니아 참사는 하나의 인류로써 가슴아픈 일이고, 그 범인이 한국계라는 것은 하나의 한국인으로써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아프간에서 이라크에서 그리고 이 땅에서 죄없는 민중들이 원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했을 때 그들은 어디에 있었나? 왜, 범죄자가 한국계였기 때문에? 아니면 그 대상이 미국인들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들은 성조기를 들고 그 죽음을 애도해야만 했나?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를 죽인다. 누군가는 총으로 몇 십명을 죽이고 뉴스에서는 연일 떠들어대지만, 누군가는 제도와 권력으로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게하고 또 죽은 것처럼 살아가게 하지만 그것에 대해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은 또 누가 죽어야 하는가?